이 나 래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연구원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의 기내식을 먹을 때나 스웨덴의 세계적인 인테리어 제품 회사 이케아(IKEA) 매장을 방문했을 때 그 곳의 포크와 나이프가 혹시 한국 제품이 아닌지 살펴보자. 유럽이나 미국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WMF와 같은 세계적인 주방용품 제조업체의 제품을 구매할 때도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여 보자. 그 곳에서 문득 낯익은 상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전통의 숟가락, 젓가락이 아닌 정통 서양 양식기로 승부를 거는 유진크레베스(대표 문영기 www.yujinkreves.com)가 유럽 식탁 장악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탁을 장악하라  
유진크레베스의 전신은 유진금속이다. 1996년 문영기 사장이 동사를 인수하기 전만 하더라도 유진금속은 고급 금형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수요의 정체 및 값싼 동남아 제품과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문 사장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식사를 계속하는 한 스푼과 포크의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회사의 상호를 유진크레베스로 바꾸고 생산 전량을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진크레베스의 바이어는 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주방용품 업체들로 한 해 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우수 기업들이다. 현재 유진크레베스는 유명 대형 외식업체부터 항공사 기내식 서비스까지, 1회용 위생 양식기부터 최고급 양식기까지 다양한 수요처 및 품목을 포괄하는 30여 종의 양식기를 연간 7천만 개씩 수출하고 있다. 양식기의 본고장인 서양에서 서양인의 식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유진크레베스. 그 성공의 비결을 알아보자.

성공의 비결
국내에 금속제 양식기 생산이 도입된 이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도맡아오던 국내 업체들은 1990년대 이후 중국 및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저가품 위주 물량 공세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유진크레베스는 외부의 위협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다른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할 때 유진크레베스는 서양 식기에 대한 기본 수요는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기술개발에 힘썼다. 동사의 믿음대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외식사업이 증가하고 식탁문화가 고급화되면서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유럽 고급 양식기 시장이 매년 5%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 양식기가 패션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이에 따른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이케아 등 고객 접근성이 높은 소매점도 늘고 있어 양식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즉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을 때 쉽게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한 것, 이것이 유진크레베스의 첫 번째 성공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품질이다. 아무리 시장의 외부 위협 요소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해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까다로운 서양 바이어나 고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유진크레베스는 다양한 바이어의 특성을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제품 생산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엄격한 품질관리와 납기일 준수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바이어의 신뢰를 얻었다. 이러한 품질과 신뢰의 비즈니스로 동사는 2001년 이케아로부터 우수 협력업체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꼼꼼한 생산관리는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1990년대 말 개발도상국들의 저가품 위주의 물량 공세가 시작될 무렵 유진크레베스는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김으로써 국내 생산 제품과 동일한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원가는 크게 낮췄다. 특히 베트남의 생산법인 유진비나(YUJIN VINA)는 규모 면에서 공단 내 현지 생산 외국 공장 중 2위로 현재 2천여 명의 현지인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과 유진크레베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지역보다 노사분규가 적고 사회가 안정된 편인 데다 연간 휴일이 10일에 불과할 정도로 성실한 국민성을 갖고 있어 해외 진출이 처음인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유럽 수출 관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2002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최혜국대우(MFN)를 받게 됨에 따라 과거 40%를 넘던 관세가 5%로 떨어져 미국 시장 진출이 훨씬 용이해졌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아져 공장의 노사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유진크레베스의 성공의 절반은 베트남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관계자의 말에 설득력을 더해 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러나 무엇보다 유진크레베스가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은 기업 차원에서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선행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스푼 하나를 만들 때마다 1원씩 적립해 지금까지 4년 동안 30명의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를 한국으로 데려와 무료로 수술시켜 주는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2004년 10월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정부로부터 복지훈장을 받기도 했다. 동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5년에는 다낭에 체육관을 건립하고 하노이 적십자사와 공동으로 하노이에 병원을 지어 개원하는 등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경영이 유진크레베스를 존경받는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하고 있다.

CEO 인터뷰 - 문영기 사장

1. 유진금속을 인수하신 뒤 상호를 유진크레베스로 바꾸셨는데 크레베스의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크레베스는 Creative와 Invest라는 두 단어를 조합해 만든 것입니다.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말고 모든 일에 항상 창조적으로 임하며 창조성이 뛰어난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자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활발한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본사에서 계획 및 총괄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진크레베스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아직 베트남에는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들을 돕는 우리의 작은 정성이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 및 우호 증진에도 작으나마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유진크레베스는 자사 브랜드 판매가 아닌 OEM 방식 즉 바이어의 주문 생산 방식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력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좀더 고급스러운 디자인 패턴 개발 및 시장 개척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제품이 유진크레베스의 이름으로 세계인의 식탁에서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